직장인은 언제나 퇴사 준비중/회사생활 대나무 숲

프로 이직러는 이제 끝인가. 눈감았다 뜨니 팀장이 되어 있었다.

안녕도시 2022. 9. 2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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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브랜딩을 하고,
자기 강의를 하는 시대.

너무나도 쉽게 돈을 벌고
너무나도 쉽게 박탈감을 가지게 되는 시대.

 

얼마 전 친구와의 대화에서 '이제 다시 이직 안해?'라는 질문을 받았다.
내 대답은 '이젠 힘들지 않을까?, 직급이랑 몸값이 무거워져서..'였다.

사실 무서운 몸값도 아닌 한없이 가벼운 나의 몸값인데..
생각해보니 우습군.

 

사실 오래전부터 한 회사에 가늘고 길게 오래 다니는게 내 꿈이기도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시대를 겪은 치열한 20대를 겪은 나는
30대 들어서는 운 좋게 어려운 상황일 때 마다 오퍼가 들어왔고,
30대가 되고 나서는 통 쉬는 기간을 가지지 못해서
자주 번아웃에 빠지고 만다.

이직기간이 그나마 쉬는 기간인데
30대에만 총 다섯번의 이직을 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프로 이직러였다.

나는 이직하기 좋은 시기를 이미 지났다.
시장에서 원하는 것은 저렴하고 야무지고 다루기 쉬운 어린 사람.

대리급의 이직이 가장 쉽다.
나는 대리와 과장에 오래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이직이 참 쉬웠다.

어느덧 나는 팀장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한번 직급을 낮춰 이직을 한 경험이 있던 나는
급여가 아주 미세하게 더 높아도 낮은 직급의 이직은 거절했다.

사실 이전 포스팅에도 밝혔듯,
나는 사회 부적응자인가 하는 생각도 할 정도로
사회생활에 말 그대로 '잼벵'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다른곳에 노를 저어보기도 하고,
다른 도전을 하기도 한다.
안정적인 직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번아웃이 왔다.


이제는 오퍼 제안도 더이상 들어오지 않는 막역한 나이와 직급이 되어버렸다.
나와 같이 시작한 사람들중 대부분은 일찍 이 직급을 달았다.
그래서 나는 무지무지 팀장이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팀장이 되고 나니
정말 너무 어렵다.
사람은 더 대하기 어려워지고
일은 더 광범위해졌다.
내가 해왔던 것 보다 안봤던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하지 않던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쭈그리가 되서
내가 괜히 팀장에 욕심을 냈나, 하고 구석에서 땅을 파고 있기도 한다.

그래도 몇 살 더 먹었다고,
상담요청을 하면 말은 잘 들어주는
그냥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다.

직급이 올라면 올라갈 수록 이직이 어려워질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늘고 길게 오래 가기를 바랬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여러가지 고난이 있었고,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그저 그런 평범한 회사에서 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직장인으로 늙어가고 있다.



어쩌다 일이 재밌고
어쩌다 신나기도 하지만

출근은 역시 지옥이다.


사실 지금 이직보다는
퇴근이 마려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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